Backend
home
🚶🏻

[개발 그 첫 걸음-08]

생성일
2025/03/16 11:03
태그
Assay

토요일에 일을 끝마칠 수 있을까?

토요일 아침, 숙소에서 출발하여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갔다. 주말이라 그런지 병원 분위기가 한산했다. 나의 발걸음은 검사실로 향했고 최대한 빨리 끝내고 서울로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일반 검사는 다행히 잘 진행되고 있는 상황인지라 QC 검사만 제대로 마무리하면 되는 문제였다. 보통 QC 검사라고 하면 Quality Control 이라고 해서 정도관리 검사를 말하는데 의료 분야에서 자주 쓰이는 용어로 진단검사 진행 시 QC 검사를 통해 일반 검사결과 데이터 정확도를 파악한다. 그렇기 때문에 검사 진행 시 일반 검사를 먼저 진행하지 않고 QC 검사를 먼저 진행한다. 그렇기 때문에 QC 검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의미는 진단검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QC 검사 진행 시 사용자가 요구하는 데이터 형식이 있는데 문제는 담당자별로 요구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매번 진행할 때마다 개발 로직을 다르게 구현해주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병원이나 연구소, 의료기관의 전산시스템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이 점 역시 고려해주어야 하고 QC검사의 바코드 번호 유형 역시 다르기 때문에 여러가지를 고려하여 개발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나는 QC 검사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시 작업에 몰입했다. 밤늦게 개고생한 게 도움이 되었던 걸까? 오전 9시가 되기 전에 작업이 끝났다. 하… 순간 단내가 나기 시작했다. 토요일이 되어서야 작업이 끝나다니. 주말 하루를 쉬지도 못하고 작업을 했다는 게 영 내키지가 않았다. 뭐 실력이 부족해서 그랬지만 그래도 뭔가 억울했다 (그때는 그랬다). 그렇다고 주말을 쉬기 위해 다시 서울로 올라갔다가 다음 주 월요일 날 대전으로 다시 내려올 수도 없었다. 말도 안 되는 시간낭비를 만들고 싶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작업이 끝나고 근처 식당에서 비빔밥을 먹었다. 작업이 끝난 덕분에 오랜만에 아침밥을 먹었다. 그때만 해도 아침밥을 잘 안 먹고 거르는 편이었는데 간만에 먹는 아침밥이어서 그런지 맛이 나쁘지 않았다. 아침밥을 먹고 바로 대전역으로 이동했다. KTX 예약도 하지 않아서 빨리 예약하고 오후쯤에 서울로 올라가는 차를 탔다.

그렇게 한해가 다 끝나가고 어느덧 입사 후 9개월

12월, 연말이 되었다. 연말에는 여유가 있지 않나 싶었지만 업무의 양은 변함이 없었다. 이 당시에는 코로나가 한창인 때여서 출퇴근할 때 마스크를 꼭 착용해야 했다. 지금은 마스크를 쓰고 밖을 나가는 게 도통 적응이 되지를 않는데 그때는 마스크를 쓰고 나가는 게 편하게 느껴졌다. 가뜩이나 코로나 검사실에 방문하여 작업을 하는 입장에서 마스크 없이 일을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나는 계속 개발을 하고 또 했다. 나는 12월 말부터 프로젝트에 투입될 예정이었다. 그전에 다른 사이트에서 의뢰받은 인터페이스 작업을 하기 위해 또 다시 외근을 나갔다. 이번에 가는 곳은 위치가 서울이었다. 서울이면 그나마 기분이 괜찮다.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는 만큼 출퇴근이 원활하기 때문이다. 수도권은 다소 멀게 느껴지고 지방은 말할 것도 없다. 뭐 어쨌든, 서울에 있는 한 의료원에 방문하여 개발 작업을 진행했다. 보통 사이트에 방문하기에 앞서 미리 개발을 90~100% 이상 완료하고 가는데 이 사이트도 마찬가지였다.
장비가 그렇게 복잡한 장비가 아니어서 사실 금방 끝날 줄 알았다. QC 연동도 잘 되어서 생각보다 금방금방 잘 진행되는 것을 보고 마음이 편해졌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작업은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코드의 문제는 아니었다. 계속해서 통신이 안 되는 것이었다. 보통 진단검사 장비 같은 경우 통신 방식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번에 연동할 장비 같은 경우 통신 방식이 유선이었다 (보안상 정확히 무슨 통신 방식이다 라고 얘기할 수는 없기에 일단 유선방식이라고 작성한다). 어라?! 분명히 연결할 것들은 다 연결했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간혹 이런 경우에 불가피하게 장비 PC에서 포트번호를 바꿔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쉽게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었다. 자칫 장비업체 관련 PC나 장비를 건드렸다가 뭐가 안 된다고 하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이런 상황을 고려했을 때 나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결국 작업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철수했다. 점심을 먹지 않고 작업을 하는 바람에 저녁이 되니까 배가 고팠다. 근처에 식당이 보이지 않아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백반집 하나를 발견하고 들어갔다. 근데 그 식당은 찬물은 안 주고 계속 뜨거운 숭늉만 줬는데 나중에 밥을 먹고 난 후에 숭늉을 마셔도 목마름이 사라지지 않았다. 다행히(?) 곡기는 잘 해결할 수 있었다. 식당을 나와 근처 버스 정류장에서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퇴근했다.

그렇게 고심하던 문제가 한 방에 해결?

그러다가 우연히 부장님과 같이 해당 병원을 방문할 기회가 있어서 부장님이 직접 해당 이슈를 확인하셨다. 사실 장비업체 측에도 이전에 연락을 했었지만 도무지 자기들도 확인할 길이 없다는 얘기만 늘어놓았다. 부장님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 역시 부장님은 부장님이었다. 로그에도 통신을 했다는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서 결과적으로 해당 장비와 인터페이스는 통신이 제대로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케이블의 문제인지 아니면 뭔가 보안상의 문제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정말로 장비 PC의 포트나 하드웨어의 문제인지를 확인해야 했다. 부장님은 장비 PC에 있는 포트번호를 강제적으로 변경하셨다. 그 다음 재부팅을 하시고 통신 여부를 확인하셨다. 그렇게 안 넘어오던 데이터들이 하나 둘 인터페이스 상으로 넘어오기 시작했다. 뭔가 엄청 허무했다. 기별도 없던 데이터들이 어쩌면 그렇게 잘도 넘어오고 통신도 원활하게 잘 되는지… 이해하기 싫어도 이해해야 했다.

이제 본격적인 프로젝트 업무에 돌입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나는 첫 개원하는 병원의 진단검사 정보시스템 구축을 위한 프로젝트에 투입되었다. 크리스마스 날 나에게 선물 아닌 선물이 주어진 것이다… 처음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인 만큼 뭔가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과장님과 6개월 선배 그리고 나를 포함하여 총 3명이 투입되었다. 다행히 새로 개원할 예정인 병원의 위치가 집에서 멀지 않아서 1시간 이내로 출퇴근이 가능했다. 교통도 나쁘지 않았고 중간에 과장님이 버스 정류장까지 태워다 주신 적도 있었기 때문에 출퇴근하는 데 큰 지장은 없었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만 지장이 없었으면 좋았겠지만 내가 원하는 대로 프로젝트는 진행되지 않았다. 이제 그 프로젝트에 대한 내용을 차근차근 작성해보려고 한다.
처음으로 진행한 프로젝트에서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 9화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