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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그 첫 걸음-05]

생성일
2025/03/12 08:33
태그
Assay

취업 성공의 기쁨도 잠시…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20년, 나는 취업을 했다. 5개월의 교육과정을 마치고 드디어 개발자로 취업을 한 것이다. 2월에 면접을 봤고 3월 초에 처음으로 회사로 출근을 했다. 회사 위치가 집에서 다소 먼 거리에 있었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아 드디어 직장인으로서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하다니… 그 당시의 감정과 기분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개발자로서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좋은게 좋은거지 라는 생각으로 잘 풀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처음 입사 후 3개월 정도의 수습 기간이 주어졌고 수습 기간 동안 여러 과제들을 진행했다. 나와 같이 들어온 동기도 있었는데 그 친구 역시 나와 같은 과제를 진행하며 수습 기간을 보냈다. 그 수습 기간 동안 나는 처음 보는 언어와 씨름을 해야 했다. 그때 내가 접한 프로그래밍 언어는 C, C#, Java 가 전부였다. 근데 VB.NET 이라는 언어는 한 번도 써본 적이 없었다. 웬걸?!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언어를 가지고 과제를 해야 하는 나로서는 적잖이 당황했다. 당시 내가 개발을 할 때는 클린 코딩이나 단일 책임 원칙 등 개발에 대한 어떠한 배경지식과 노하우도 갖고 있지 않아서 프로그램 하나를 개발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러다 보니 잠을 줄여가면서 과제를 하거나 VB.NET 을 이해하기 위해 이런저런 자료들을 많이 찾아봤다. VB.NET 역시 객체지향 이기는 하지만 문법 자체가 내가 접한 언어의 문법과 비교했을 때 차이가 좀 있어서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 한 달, 두 달 지나면서 고민이 깊어졌다. 이거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그때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VB.NET으로 내가 개발을 하게 될 거라는 사실을…

원격 지원의 사이클을 처음 경험하다

병원은 아무래도 24시간 운영하다 보니 방문 지원 이외에도 원격으로 접속하여 이슈 해결 및 프로그램 사용 교육을 하는 서비스가 있었다. 나는 원격 지원 절차에 대한 내용을 교육받았고 보름 정도 지나서 원격 지원 업무를 하기 시작했다. 내 수준에 맞는 원격 지원 업무를 진행했는데 처음 진행하는 것이다 보니 굉장히 낯설게 느껴졌다. 회사는 Seetrol 이라는 원격 지원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었는데 해당 병원에서 사용 중인 PC로 접속하여 프로그램에서 발생한 이슈 및 에러를 원격으로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참고로 원격 지원이 가능한 곳은 방문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원격이 되지 않는 곳이면 무조건 방문 지원을 해야 해서 적잖이 고생을 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꽤 있었다.
어쨌든 내가 맡은 첫 원격 업무는 특정 사이트에서 사용중인 인터페이스를 재설치하는 작업이었다. 재설치 작업은 유형별로 난이도가 다른데 내가 맡은 사이트는 그래도 어렵지 않은 곳이었다. 하지만 처음하는 작업이다 보니 생각보다 잘 풀리지 않았다. 그때 동기도 나와 같이 원격 지원 업무를 하고 있었는데 동기가 도와준 덕분에 재설치 작업을 무사히 완료할 수 있었다. 작업이 다 끝나고 담당자 분께서 선물 쿠폰을 주셨다. 나는 동기한테 줄려고 했지만 동기는 괜찮다며 나에게 고생했다는 얘기를 했다. 앞으로 원격 지원을 하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 좀 되기는 했지만 어차피 경험이니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이라는 마음으로 그 날 업무를 잘 마쳤다.

첫 현장 투입

2달 조금 지났을까? 나는 회사의 고객사 사이트로 출근했다. 전국에 위치한 병원과 연구소, 대기업, 의료재단이 거래처이다 보니 지방으로 출퇴근하는 일이 잦았다. 처음으로 본사가 아닌 고객사로 출근했는데 처음이라서 그런지 많이 어색했다. 특히나 실수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래도 처음인지라 개발 관련 업무는 따로 시키지 않았다. 나 혼자 방문한 게 아니었다. 선임과 내 동기 나 포함 3명이서 해당 사이트를 방문했다. 그래도 그 사이트는 집에서 멀지 않았기 때문에 출퇴근하는 데 큰 불편은 없었다. 담당한 업무 내용이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아마 뭔가를 설치하는 작업이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도 현장에서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다행히 첫 방문 업무는 그렇게 무사히 끝났다. 그때는 몰랐다. 현장 업무의 강도가 어떠한지를 말이다. 이럴 때마다 떠오르는 문구가 있다.
‘모르는 게 약이다.’

본격적인 외근 일정 시작

5월 중순 정도로 기억한다. 특정 재단에 소속된 병원 전산을 담당하는 업체에서 전산시스템 버전 업그레이드로 인해 회사에 의뢰가 들어왔었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의 몇 가지 세부 정보를 갱신해야 하는 작업이었다. 해당 병원들은 서울과 수도권 근처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나는 그 중에 5개 병원을 방문하여 작업을 했었다. 당시 나는 거의 쌩신입이어서 업무에 대한 이해나 개발 역량이 많이 부족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내가 소속한 팀의 부장급 개발자 분과 함께 작업을 진행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그 부장님과 같이 작업을 했던 게 신의 한수였다. 경력을 쌓아나가면서 느낀 게 있는데 바로 사람을 잘 만나는 것이다. 부장님은 업무에 대한 자기만의 기준과 노하우가 있었고 작업한 내용에 대한 업데이트를 중요하게 생각하셨다. 그때 나는 내가 작업한 코드를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지에 대해 아무런 개념이 없을 때여서 작업을 한 이후에 후속 작업을 뭘 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부장님을 만난 덕분에 나는 그 이후에 내가 작업한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자 노력했고 결과적으로는 다른 사람이 내 작업 내용을 확인할 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었다.
5월에 첫 병원을 방문하여 작업을 진행할 당시 나는 극도의 긴장상태로 하루를 보냈다. 행여나 실수하면 안 되니까 어떻게든 업무에 잘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곧바로 문제가 생겼다. 제일 중요한 노트북 충전기를 본사에 두고 온 것이었다. 이런 기본적인 실수를 하다니… 신입은 기본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으니 부장님에게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해결책은 의외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당시 가지고 있던 핸드폰 충전기로 노트북 충전기를 대신했다. 놀랍게도 충전이 잘 되었다. 덕분에 나는 본사로 돌아갈 필요없이 현장에서 작업을 할 수 있었다.
내가 방문했던 병원은 부장님께서 담당하고 있는 곳이었는데 생각보다 담당 장비와 프로그램이 많아서 당황했다. 내가 소속된 팀에서 주로 하는 업무는 병원의 진단검사부서에서 사용하는 검사장비의 다양한 검사 데이터를 병원 전산으로 등록해주는 인터페이스를 개발하는 것이었다. 문제는 장비가 거의 80~90 대 가까이 되었고 연동하는 방식도 제각각이어서 도대체 프로그램의 세부 정보를 갱신하는 작업을 어떻게 하는지 참으로 궁금했다.
나는 하나하나 어떻게 작업을 진행해야 하는지 부장님한테 들었고 전달받은 내용을 토대로 차근차근 작업을 진행했다. 쉬운 작업도 있었지만 예상외로 쉽게 안 풀리는 작업들도 있었다. 그래도 부장님이 계셨기에 순조롭게 작업을 마칠 수 있었다. 그때 부장님께서 하셨던 얘기가 지금도 생각난다. 본인도 처음부터 잘하지 않았고 초반에는 작업이 힘들어서 사용자와 담당자의 불만이 많아 고생을 했다는 것이다. 그 얘기를 듣고 나 역시 오랫동안 하면 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팀장님과의 동행

나는 개발 외에 장비와 프로그램 실사 작업도 진행했는데 첫 장비 실사를 팀장님과 함께 갔었다. 병원에 방문하여 사용 중인 장비가 어떤 게 있으며 타사 혹은 자사 인터페이스가 어떤 게 있는지를 기록하고 정리하는 작업이었다. 실사도 처음 해보는 작업이어서 여러모로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하지만 첫 실사 작업인만큼 잘 정리해서 팀장님의 업무 부담을 덜어드리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팀장님 차를 타고 병원을 방문했는데 그 과정에서 팀장님의 저력이 무엇인지를 느낄 수 있었다. 워낙 알고 계신 것도 많으시고 개발도 잘하시다 보니 배울 점이 정말로 많았다. 지금도 느끼는 것이지만 팀장님은 업무 내내 침착함을 잃지 않으셨다. 감정적으로 반응하시지 않고 항상 이성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하셨다. 가끔 담당자 분들의 피드백이 좀 불쾌하거나 감정적일 때가 있었는데 팀장님은 항상 침착하셨다. 그 점은 정말 내가 닮고 또 닮고 싶은 부분이었다. 한편으로는 아 그래서 부장님들이 작업할 때 화를 잘 안 내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사를 하는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것들이 참 많았다. PC 운영체제는 무엇이고, 어떤 회사의 장비를 사용하며, 연동된 인터페이스의 사용 방식과 그 외의 요구사항까지 포함하면 수도 없이 많았다. 실사는 어떻게 보면 진단검사부서 전반을 돌면서 진단검사장비와 인터페이스의 사용 흐름이 어떤지를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작업이었다. 그런 작업을 여러 번 하다 보니 나도 시간이 지나면서 진단검사장비와 인터페이스에 대한 시야가 넓어졌다. 첫 장비 실사 작업을 팀장님하고 진행한 것도 엄청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동기의 첫 납품, 지방 출장의 시작!?

5월에 병원 두 군데에서 작업을 마치고 6월에도 동일한 작업을 진행했다. 그런데 뜻밖의 소식이 들려왔다. 제주도로 외근을 간 내 동기가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납품 작업을 완료하여 검수까지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아직 납품을 해본 적도 없는데 벌써 프로그램 개발을 해서 사이트에 납품까지 하다니… 한편으로는 동기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왜 나는 아직 안 되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쓸데없는 생각인데 말이다. 아무튼 6월에 나는 프로그램 세부 정보 갱신 작업을 계속했다. 6월, 7월 내 기억으로는 쉽지 않은 시간들로 기억한다(물론 이 때 고통은 그 이후의 고통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6월은 그래도 괜찮았다. 물론 일에 대한 숙련도와 이해가 부족하다 보니 선배들에게 한소리 들은 적도 있었지만 다 시행착오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하고자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선배들 덕분에 개발 경험을 더 오래 이어갈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6월 달을 잘 마무리하고 7월로 넘어왔다.
7월, 수습 기간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현장 투입이 시작됐다. 하지만 정작 예상치 못한 곳에서 현장 투입 소식을 들어야 했다. 그날은 주말이었다. 갑자기 주말에 부장님이 연락이 오시더니 제주도를 가야한다는 것이었다. 제주도에 위치한 병원에서 갑자기 통신 에러 발생이 생겨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제주도 일정이 갑자기 잡히는 바람에 나는 다짜고짜 비행기 예매 앱을 다운 받고 제주도로 가는 비행기를 예약했다. 일사천리로 비행기 예약은 끝났고 다음 날 아침 바로 김포공항으로 갔다. 그때 내가 태어나서 제주도를 처음 방문했는데 이렇게 제주도를 갈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
8시쯤에 비행기를 타서 9시쯤에 도착을 했다. 그런데 뜻밖의 소식을 들었다. 통신 에러가 해결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엥, 나 이미 비행기 탔는데?’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었다. 이미 비행기는 이륙하고 있었다. 헛웃음을 지으며 도착한 제주도는 뭔가 이국적인 느낌이 나는 곳이었다. 하지만 여행으로 방문한 게 아니어서 그런지 설렘은 없었다. 일단 택시를 타고 병원에 가서 해당 이슈에 대한 내용을 들었다. 솔직히 그때 신입인지라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또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는지도 잘 몰랐지만 그래도 침착하게 잘 대응해서 담당자 분께 이슈 관련 내용에 대해 말씀드렸다. 병원 정문 들어갔다가 나온 게 30분 조금 걸렸다. 뭐 그래도 문제가 잘 마무리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날은 제주도 방문한 것으로 모든 일정이 다 끝났다.
제주도 방문이 끝나고 시간이 지나 또 다시 지방 방문을 해야 하는 일이 생겼다. 해당 사이트는 5월달에 프로그램의 세부 정보를 갱신 작업을 같이 진행한 부장님께서 담당하시는 사이트였다. 위치가 울산이어서 SRT를 타고 울산으로 내려갔다. 부장님 얘기로는 그렇게 어려운 작업이 아니라고 전달받았는데 솔직히 가봐야 알지 않을까 생각하고 목적지로 향했다.
그렇게 잘 마무리될 줄 알았던 작업은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흘러가게 되는데…
>> 6화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