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end
home
🚶🏻

[개발 그 첫 걸음-04]

생성일
2025/03/10 10:19
태그
Assay

아직 끝나지 않았다…

I-HOME 프로젝트 진행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잘 마무리하면 12월 17일 프로젝트 전시회 전까지는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 외의 변수가 발생했는데 다름 아닌 네트워크 문제였다. phpAdmin과 MySQL, Linux Ubuntu를 활용하여 웹 서버 구축을 했는데 문제는 이 웹 서버 구축을 교육장에 있는 PC에서 진행한 것이다. 프로젝트 전시회는 교육장이 아닌 대강당실 1층에서 진행을 하는데 이렇게 되면 웹 서버 구축을 다시해야만 했다. 나는 대강당 주변에 컴퓨터가 있는지를 찾아봤다. 그런데 바로 근처에 도서관이 있었다. 도서관 안에는 PC가 잔뜩 있어서 거기서 웹 서버 구축하여 연동 가능한지의 여부를 테스트해보려고 했다. 기억이 잘 나지는 않지만 결국 도서관에서 진행한 테스트는 실패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결국 공유기를 팀원의 사비로 구매했다. 온습도 센서, 조도 센서 등 각 센서의 데이터들을 DB에 저장함과 동시에 DB에 있는 데이터를 조회할 수 있도록 서버를 구축하는 과정을 내 노트북을 통해 다시 진행했다. 그래도 처음 진행했을 때보다 훨씬 빨리 마무리되어서 어렵지 않게 잘 끝났다.

드디어 프로젝트 전시회 당일날이 되었다

12월 17일, 마침내 길고 긴 교육의 마무리를 할 그 날이 왔다. 3편에서 이 프로젝트에 대한 발표가 기억이 난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강사의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그 당시 나에게 있어 꽤 자극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가? 그럼 내가 이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해서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려야겠다.’
나는 그 생각으로 계속 프로젝트에 임했다. 사실 프로젝트 과정 중에 여러 가지 이슈들이 참 많았다. LED 불이 잘 들어오지 않은 이슈,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노트북 USB 포트가 고장난 이슈(과전류 때문…), 인터럽트 때문에 거의 3~4 시간 이상 삽질한 이슈 등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에 그 이슈들을 어떻게 해결했는지 신기할 정도다.
전시회 당일, 프로젝트를 진행한 많은 팀들이 자신들이 완성한 작품을 전시하기 위해 대강당실에 세팅 작업을 했다. 나는 대강당실 근처에 있는 전기 공급 플러그에 공유기를 설치하고 웹 서버 운영이 잘 되는지 확인했다. 그리고 프로젝트 작품의 본체인 I-HOME의 모형 틀을 팀원들과 조심스럽게 옮기면서 전시 위치에 세팅을 했다. 우리 교육과정 이외에 다른 교육과정의 교육생들도 다양한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전시회 주변을 둘러보니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젝트 전시회가 시작되었고 센터장님 외에 높으신 분들이 전시회에 참석하셔서 교육생들이 완성한 프로젝트를 둘러보셨다. 센터가 대학 내에 있었기에 대학의 부총장님도 직접 오셨는데 내가 팀장으로서 발표를 담당했기 때문에 약간 긴장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막상 발표할 때는 문제없이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아마도 고생을 한 만큼 설명을 하는 것에 있어서 자신감이 있어서 그랬는지 부총장님께서 고생했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 몇 마디 만으로도 나는 ‘아, 이제 다 끝났구나~!’ 하는 생각에 긴장이 풀렸다.
전시회가 다 끝나고 드디어 프로젝트가 마무리 되었다. 너무 기분이 좋았다. 난 그 당시의 기분을 잊을 수가 없다. 어떻게 보면 이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개발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아래는 센터에서 진행했던 프로젝트 영상과 자료다.

성과와 회고

나는 이 교육과정에서 두 개의 상을 받았다. 하나는 중간평가 최우수 상, 또 하나는 경기도지사 상이었다. 힘들게 프로젝트를 한 만큼 값진 결과를 얻을 수 있어서 좋았다. 사실 교육을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내가 이런 상들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내 인생에 이런 변화를 겪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너무나도 좋은 결과를 경험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만약에 다시 돌아간다고 하면 그때처럼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별로 자신감이 없다. 정말 많이 노력했다. 잠을 거의 줄여가며 커피도 2~3잔 이상씩 마셔가며 공부와 프로젝트에만 전력 집중했다. 당시 나와 같이 교육받은 교육생 분들이 지금도 기억난다. 나는 4인실 기숙사를 쓰고 있었고 몇몇 분들은 6인실을 쓰는 분들도 있었는데 6인실을 썼던 분들이 여러모로 재밌고 유쾌한 사람들이 많았다. 나보다 어린 친구들도 있었고 나이가 1~2살 많으신 분들도 있었는데 성격들은 다 괜찮았었다. 문제는 그 분들이 나중에 프로젝트 진행할 때 생각보다 진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고생을 많이 하셨다. 몇몇 교육생들은 지각하거나 학습이 아닌 다른 것에 관심을 가지면서 교육과정을 제대로 수료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도 교육과정 중간에 취업한 사람들도 있었다. IT분야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취업한 것에 대해 다들 축하해주었다. 지금 그 분들 잘 지내고 있으실까?

이제 취업해야 하지만 잠시 쉬어가는 것도 괜찮겠지?!

프로젝트가 끝나고 나는 나와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한 룸메이트 그리고 교육생 분 한 명과 같이 시내 나들이를 했다. 기숙사에서 처음으로 하는 외출이었다. 주말에도 외출을 한 적이 거의 없었는데 프로젝트가 끝나고 시내로 나가니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카페가서 커피도 한 잔 하고 다이소 가서 물품도 둘러보고… 정말 마음 편안하게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프로젝트에 지쳐있던 마음을 달랬다. 어떤 날은 피자와 치킨을 시켜 기숙사에서 같이 먹기도 했다. 아마 크리스마스 날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때 먹었던 피자와 치킨 맛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생각보다 무척이나 맛있었다. 보통 피자와 치킨을 같이 하는 가게를 많이 본 적이 없는데 우연히 알게 되어 시켜먹어보니 완전 천국이 따로 없었다. 취업은 취업대로 고민하고 먹고 마시는 것에 그렇게나 행복함을 느낀 적이 근래에 얼마나 있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센터에서는 아침, 점심, 저녁을 다 제공해주었지만 먹고 나면 금방 배가 고팠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피자와 치킨은 진짜 맛있었다.
그렇게 12월을 보냈다. 그 다음에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아마 12월 말인가 1월 초인가… 교육과정이 거의 끝나갈 때쯤에 집으로 다시 돌아온 듯 하다. 교육과정 동안 평일에는 기숙사에서 자고 금요일 오후와 주말에는 집에서 보냈는데 센터를 완전히 떠난 시기를 떠올려보니 1월 초가 아니었나 싶다. 그렇게 정들었던 기숙사를 떠났다. 사실 수료식이 끝나기도 전에 떠난 것인데 이유는 다름 아닌 면접 일정이 잡혀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교육장과 기숙사에 있는 짐을 정리하고 센터 정문을 나왔다. 도지사 상은 나중에 시내 나들이를 같이 갔던 교육생 분에게 받았다. 나보다는 2~3 살 많았던 형으로 기억하는데 교육이 끝난 이후에도 2번 정도는 만났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쨌든 그렇게 교육과정이 모두 끝났다.

개발자로 보러 갔던 첫 면접, 하지만 함정이었다

나는 구로디지털단지 근처에 있는 개발 회사로 면접을 보러 갔었다. 어떤 회사인지도 잘 모르고 일단 가긴 갔다. 그 당시 개발자로 처음 면접보러 가는 거여서 엄청 긴장을 했었다. 팀장이라는 사람을 만나서 간단하게 대화를 나눴고처음부터 계약서를 보여주면서 연봉을 2,400 정도 준다고 들었다. 그리고 종이 한 장을 주더니 프로그램 하나 만들어보라는 과제를 주었다. 아마 게시판 하나 만들라는 걸로 기억하는데 그때 내가 Java Spring이나 웹 프로그래밍을 많이 해보지를 않아서 게시판 하나 만드는 것도 쉽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게 한 일주일 정도는 과제만 계속 했다. 나 혼자만 하는 게 아니라 과제를 하는 사람이 몇 명 더 있었다. 그 중에서 키보드의 경쾌한 소리를 내며 능수능란하게 코딩하는 사람을 한 명 봤다. 그는 HTML, CSS, JavaScript, JSP 를 어느 정도 많이 해 본 사람이었다. 또 다른 사람은 다른 교육기관에서 Spring을 공부하고 온 사람이었다. 그 두 사람은 결국 합격했지만 나는 일주일이 되도록 완성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근데 웬걸?! 뜻밖의 상황을 접했다. 능수능란하게 코딩을 하며 과제를 합격한 사람이 갑자기 나를 부르더니 밖에 나가서 얘기 좀 하자는 것이었다. 우리는 근처에 있는 별다방으로 갔다. 나는 거기서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 그 사람 말로는 자기가 어디 파견을 가는데 회사에서 자기를 3년 이상의 경력자로 파견을 보낸다는 내용이었다. 응?! 이게 무슨 말인가? 요즘 얘기로 말하면 뻥튀기 경력 개발자를 파견하는 것이다. 이게… 이게 무슨 말이란 말인가… 지금까지 내가 개발을 해왔던 가장 큰 이유는 프로그래밍 즉 코드는 거짓말을 하지 않고 정직하다는 점에서 개발을 하기로 결심한 것인데 거짓말의 늪에 또 빠지다니…
이건 아니다 싶었다. 물론 그 사람도 그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 사람 내가 알기로 다음 날 출근하지 않았다. 생각을 해봐라. 경력도 없는 사람한테 갑자기 경력이 생겨서 현장에 파견을 나간다는 게 말이 된단 말인가? 그런데 찾아보니 생각보다 이런 회사들 적지 않았다. 우리나라 SI의 전형적인 문제이자 고질적인 문제라고나 할까… 뭐 암튼 이 사건을 통해 개발자 바닥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구나 라는 것을 느꼈다. 나도 그때 이건 아니라고 생각해서 회사를 나가지 않았다. 그런 회사에서 개발을 하게 되면 거짓말은 기본으로 장착하고 개발하는 것이 아닌가? 개발을 하더라도 정직하게 하고 싶었다. 코드는 정직한데 사람이 거짓이면 그게 과연 개발자가 맞냐 이 말이다.

다시 원상 복귀, 하지만 취업은 여전히 제자리… 그런데?!

그렇게 나는 다시 취준생 즉 백수가 되었다.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하고 취업준비를 잘하면 취업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서류 작업하는 게 만만치가 않았다. 사실 그때나 지금이나 서류 작업은 쉽지 않다. 개발자 시장은 계속해서 변화 중인데다가 AI의 습격이 만연한 지금 서류 작성의 형식이나 내용도 훨씬 더 구체적으로 작성해야 하니 말이다. 아무튼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갔다. 그러다가 어떤 회사의 제안을 받게 된다. 해당 회사는 의료IT 사업을 하는 회사로 병원전산과 연동하는 진단검사장비 인터페이스와 솔루션을 개발하는 회사였다. 나는 이 회사에 대한 자료를 찾아봤고 결과적으로 회사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회사에서는 3가지 과제를 해결하면 면접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하였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3가지 과제 모두 완료했다. 추가적으로 4번째 과제를 주기는 했지만 그 과제는 하다가 말았다. 그렇게 과제를 통과하고 면접 일정이 잡혔다. 2019년이 지나고 2020년, 코로나가 막 시작되던 그 시기에 면접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도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돌이켜보면 그때 나를 채용한 그 회사에게 참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나는 많이 부족했지만 나를 채용해주었기에 내가 사회생활을 하는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 자리를 빌어서 팀장님 두 분과 동료 개발자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렇게 나는 면접을 봤고 취업을 했다. 그때는 진짜 믿을 수가 없었다. 드디어 교육과정을 거쳐 회사까지 다닐 수 있게 된 것이다. 2019년 9월부터 시작된 취업준비가 2020년 2월 말에 끝났다. 하지만 상황은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취업에 성공한 나는 잠깐의 휴식 기간을 얻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고생길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 5화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