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그거 뭐하는 건데 그렇게들 관심이 많았지
코로나가 터지고 외부의 출입이 자유롭지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당시에 개발자 취업은 청년들 사이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IT 기업들은 신입 개발자들에게 좋은 대우를 약속하며 적극적인 채용을 마다하지 않았다. 개발을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사실에 많은 청년들과 커리어 전환을 위한 사람들이 개발자에 지원하기 시작했다. 난 그 당시에 한 의료IT 회사에 취업하여 개발에 대한 업무 프로세스를 조금씩 배워나가고 있었다. 2021, 2022년이 아마도 개발자 취업이 엄청나게 활발했던 시기로 기억한다. 그 당시에는 주식 투자하기도 좋았다. 바이오, 메타버스, AI 등 여러가지로 투자할 게 많았다. 삼전의 인기도 나쁘지 않았던 때여서 비록 코로나 시기였으나 역설적이게도 개발자 취업과 주식 투자에 있어서 만큼은 활발하게 이루어졌었다. 개인적으로 비전공자들, 문과생들이 개발자로 취업, 전환하는 데 있어 2021년, 2022년은 최고의 시기였다고 생각한다.
어… 막상 들어가보니 헬?!
하지만 이러한 현상이 오랫동안 지속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거품은 언젠가 빠지기 마련이니까. 결국 2023년에 접어들어서 그 거품이 꺼지기 시작했다. IT 취업 시장은 예전처럼 적극적으로 채용을 하지 않았다. 단순히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미국에서부터 시작된 칼바람이 우리나라까지 불어닥친 것이다. 그리고 집중 채용을 하느라 많은 개발자들을 채용한 회사들 역시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다. 결국 IT 회사들은 인원 감축을 하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권고 사직을하거나 퇴사를 했다. 나는 몇몇 개발자들을 알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개발하는 게 쉽지 않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단순히 국비지원 교육이나 부트캠프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를 통해, 교육을 통해 학습한 것과는 다르게 실무에서는 개발 역량 이외에도 많은 작업들을 해야 했고 가끔씩 개발보다는 부수적인 작업을 하느라 개발을 많이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원래 개발자란 게 단순히 개발만 잘해서는 안 된다. 개발을 잘하면 모든 것이 다 잘 풀릴 것이라는 생각은 지나친 착각이다. 학교나 교육기관에서 배운 개념이 실무에서 활용되는 것은 분명히 맞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개발자 업무를 해나갈 수 없다. 내가 하고 있는 업무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으며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기능과 서비스들을 개발해야 하는지를 개발자 스스로가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예전에는 1차적으로 개발만 잘하면 충분히 개발자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지금처럼 변화가 하루가 다르게 빠른 시기는 개발만 잘해가지고는 안 된다. 비즈니스 감각이 있어야 하며 자신이 개발한 내용에 대한 문서화 작업이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개발은 나 혼자만 하는 게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같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은 개발해도 되는 건가?
요즘 AI 때문에 난리다. AI가 개발까지 할 수 있는 시대인데 과연 개발자가 필요한지에 대한 여부마저 논의되고 있는 상황속에서 개발자로 취업해도 문제가 없는지에 대한 질문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글쎄…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변화를 수용하는 개발자의 존재 가치는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말 개발에 흥미를 느끼고 개발을 통해 뭔가를 만들고 싶거나 변화시키고 싶은 욕구가 있다면 개발을 해도 괜찮다는 것이다. 정말 개발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퇴근 이후에도 개발하고 주말에도 개발한다. 그리고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사람들은 쉬는 날에도 공부한다. 생각보다 이런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렇다면 결론은 이미 나온 것이다. 내 학습 속도와 경력, 개발 역량에 상관없이 꾸준함을 유지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꾸준함을 유지하는 게 막상 쉬운 일이 아니다. 열정만 가지고 모든 게 다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동기부여가 됐다고 해서 그게 항상 유지된다고 생각한다면 나중에 적지 않은 부작용과 심리적 타격을 받을지도 모른다. 컨디션이 좋든 나쁘든 개발에 대한 마음과 관심을 가지는 게 더 중요하다. 거창한 꿈이나 명확한 목표가 없다고 해서 좌절하거나 고민할 필요도 없다. 지금 개발해도 된다. 지금 개발해도 얼마든지 좋다. AI라는 엄청난 변화속에서 오히려 개발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AI를 지혜롭게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