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호기심과 흥미, 그리고…
개발자가 되기로 결심한 사람들은 많다. 그러나 오랫동안 개발자로 살아가는 사람의 숫자는 그리 많지 않다. 처음 코드를 접했을 당시, “Hello World”를 실행하며 시작했던 그 당시에는 개발이 뭔지도 몰랐지만 무언가가 실행되고 있다는 것을 보고 신기했다. 한편으로는 피부로 와닿지 않아서 흥미가 느껴지지는 않았었다. 개발자… 내가 코드를 처음 접한 게 2012년 가을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당시에는 개발자 시장이 핫하지 않았고 개발자에 대한 관심도 없었을 때다. 하지만 개발에 흥미를 느껴 개발자로 취업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지금이야 IDE나 개발 환경들이 잘 구성되어 있고 여러 개발 주제에 대한 강의 영상을 쉽게 접할 수 있지만 그 당시만 해도 개발을 배우기란 쉽지 않았다. 책 이외에는 그 어떤 것에 대한 레퍼런스를 찾기가 쉽지 않았으니 말이다.
시간이 지나 2025년 지금은…
10년 아니 13년이 지난 지금, 나는 개발자의 삶이 나에게 맞는 삶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동안 많은 숙고와 고민 끝에 이 길을 선택했기에 후회는 없다. 취업을 한 이후 나는 여러 경험들을 두루 했다. 개발을 하고, 고객들을 만나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경험하고, 숱한 회의에 참석하여 협업이 무엇인지도 경험하고, 개발과 관련된 문서 작업과 지엽적인 일들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 결과, 내가 내린 결론은 단순히 흥미를 느껴가지고는 오랫동안 개발에 몸담기는 힘들다는 것이었다.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경력을 쌓아오신 분들을 보면 일에 대한 흥미가 있었다는 얘기도 종종 들었지만 그보다는 책임감과 성실함 그리고 일을 마치고 난 이후의 성취감이 오랫동안 일을 함에 있어 큰 원동력이 되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 분들은 늘 제자리에 머무르려고 하지 않았다. 특히 내가 알고 있는 지인 분들 가운데 개발 역량이 뛰어나면서 경력이 오래되신 분들은 배움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매순간 그 꾸준함을 유지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단순히 개발이 재미있어서 개발자가 되기로 결심한 사람들은 이 바닥에 오래남아있기 힘들다. 자신에게 주어진 프로젝트와 업무를 완수하기 위해 야근과 밤샘 작업을 하는 것을 피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서도 흥미를 느끼고 개발에 몰입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 일이 적성에 맞는 것이다. 문제는 그러한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내가 생각하는 개발자의 덕목
개발자는 변화를 수용해야 한다. 아무리 경력이 많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한 회사에 오랫동안 머물면서 같은 언어와 프레임워크 등 동일한 기술만 계속 활용한다면 변화에 경직된 개발자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말하자면 도전과 모험에서 벗어나 안정만을 추구하는 개발자로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것이다. 개발자는 자기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 개발만 하다 보면 자기 스스로의 늪, 상황의 늪에 빠져서 무엇을 어떻게 했고 왜 이렇게 했는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뭔가 일을 끝냈는데 막상 되돌아보면 내가 무엇을 했는지도 모를만큼 달려왔던 모습에 허무함을 느낄 때가 있었다. 자신이 어떤 업무를 진행했고 어떤 사이트의 요구사항을 해결했으며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기분이 좋았고 나빴는지 등을 생각하면 스스로에 대한 개발 역량과 걸어온 길을 통해 현재 가고 있는 길의 방향을 판단할 수가 있다. 난 적어도 개발자라면 폐쇄적인 성향으로 업무에 임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작성한 코드가 누군가에게는 좋지 않게 보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참신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코드 리뷰와 공유를 통해 서로의 장단점을 파악하며 상호 발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사람들이 개발자로서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개발만 잘하면 장땡인가?
개발만 잘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특정 회사에 잘 적응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장담할 수 없다. 개발은 잘하는데 회사 문화와 분위기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면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언젠가는 퇴사할 게 뻔하다. 실력이 좀 부족하지만 회사 문화와 분위기에 잘 맞는 사람이라면 비록 실력이 부족하더라도 언젠가는 개발 역량이 좋아져서 그 회사에 기여를 할 것이다. 근데 생각보다 이런 사람들 찾기가 쉽지 않다. 막상 취업하고 난 이후에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거나 자기가 제대로 잘할 수 있는지를 확신하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보고 결국엔 개발실력 외에 소프트한 역량을 잘 갖추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커뮤니케이션, 고객 응대, 요구사항 반영, 비즈니스 감각, 제품에 대한 통찰, 협업 절차 적응에 대한 성숙도 등 개발의 진행 속도와 비즈니스적인 성과 창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역량을 겸비해야 개발도 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개발만 잘해서는 안 되는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늘 발전하고, 배움을 멈추지 않고, 도전하는 모습을 이어나가야만 개발에 대한 커리어도 잘 이어나갈 수 있는 그런 세상이 눈앞에 펼쳐져 있는 것이다. 개발은 개발대로 잘해야 할 뿐만 아니라 소프트 스킬 역시 뒷받침된 개발을 할 수 있어야 협업에 잘 적응하고 여러 회사의 문화와 분위기에 잘 녹아들 수 있는 개발자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